저와 같은 매장에 근무를 하는 직원 중에서 마침 저희집에서 버스로 약 10분 정도의 거리에 사는 직원이 하나 있는데요. 오늘은 그친구의 차를 함께 타고 가기 위해서 그 친구의 집까지 가는 버스를 타게 된 것입니다.
아주 잠깐 동안만 타게 된 버스 속에서 오늘은 몇 가지 일들을 겪게 되었습니다.
우선 버스에 올랐는데, 마침 맨 뒷쪽에 빈자리가 하나 있길래 뒷쪽으로 가서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다음 정류장에서 약 7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어르신께서 버스에 오르시더군요. (참고로 제가 탄 버스는 황금노선이 아니라서인지 아침 출근시간대라도 사람은 많지가 않은 편입니다.)
버스에 앉아 있는 사람들 중에서는 중간의 노약자석에도 젊은 사람들이 많이 앉아 있었지만 아무도 자리를 양보 해 주질 않자, 할아버지께서는 흔들리는 버스의 손잡이를 겨우 붙잡고 맨 뒷쪽까지 걸어오셨습니다.
순간, 저는 어르신께 기꺼이 자리를 양보하기 위해서 벌떡 일어 났습니다. 그리고는 어르신께 손짓을 하며 "여기에 앉으세요" 라고 말씀을 드렸죠...
어차피 저는 금방 내리게 될 것이고, 설령 금방 내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노인과 어린이들 그리고 몸이 불편한 임산부나 장애인등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은 부모를 둔 자식이라면, 어린 아이들을 둔 부모라면, 아내가 임신을 한 남편이라면 누구라도 당연한 선택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막상 자리에 앉으신 할아버지의 모습과 태도를 보니, 속으로는 살짝 섭섭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얄밉다는 생각도 들면서 괜히 양보를 해 줬나 하는 생각마저 들더군요...ㅎㅎ
그 이유는, 할아버지께서는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으셨기 때문입니다. 딱히 고맙다는 말을 듣기 위해서 자리를 양보 해 드린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심 고맙다는 말이나 하다못해 고마운 표정이나 눈빛이라도 보내주실 줄 알았는데 할아버지의 모습에서는 전혀 찾아 볼 수가 없거든요...
노약자석이 아닌 일반석이라 하더라도, 주변에 노약자가 다가왔을 때 자리 양보를 게을리 하는 젊은 사람들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반대로 자리를 양보받은 노약자들의 입장에서도 고마워하지 않고 마치 당연하게 여기는 것 자체는 분명 옳지 못한 모습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양보를 받은 사람으로부터의 고맙다는 말 한마디나 고마워 하는 눈빛은 자리를 기꺼이 양보 해 준 사람의 입장에서는 당연함 속에서도 나름의 보람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
그렇게 할아버지 옆에서 버스의 손잡이를 잡고 서 있는데, 버스가 다음 정류장에 도착 할 무렵쯤에 바로 앞자리에 앉아 있던 젊은 학생이 내리기 위해 자리에서 후다닥 일어났습니다.
속으로 "짜스기 다음 정류장에서 내릴꺼면 진작에 할아버지에게 자리를 좀 양보 해 주지..." 라고 생각을 하는 순간, 학생의 뒷주머니에 있던 지갑이 바닥에 툭~ 떨어졌습니다.
순간적으로 나도 모르게 학생을 부르면서 지갑을 주워 주긴 했습니다만, 나중에 생각 해 보니 좀전에 할아버지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공경심도 없는 놈에게 괜히 지갑을 주워줬나 하는 몹쓸 생각이 순간적으로 뇌리를 스쳐 지나가더군요...ㅎㅎ (아... 그래도 그 학생은 고맙다는 말을 하긴 했네요... ㅡㅋ)
그리고 몇 정거장 후, 이번엔 제가 버스에서 내릴 차례가 되었습니다. 버스가 멈추고 버스에서 내렸는데, 뒷문 바로 앞의 자리에서 주무시던 어느 아주머니의 검정색 비닐봉지가 밖으로 떨어졌습니다. 버스 기사님은 그것도 못 보셨는지 바로 뒷문을 닫고 출발을 하려 했고요...
뒷문으로 떨어진 검정 비닐봉지 속에는 뭐가 들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약간 두툼한 걸 보니 분명 쓰레기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잽싸게 주어들고 버스를 멈춰 세웠습니다.
아마 아주머니께서도 비닐봉지가 떨어질 때 놀라서 깨신 것 같았는데요. 이내 버스의 뒷문이 열리고 비닐봉지를 건내받은 아주머니께서는 무척 고마워 하시더군요...ㅎㅎ
결국 저는 오늘 버스를 탄 약 10분간의 짧은 시간 속에서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가 저에게 고마워 할만한 일들을 세 번이나 하게 되었습니다. 결과는 3전 2승 1패... ㅡㅋ
오늘은 우리 둘째녀석의 16번째 생일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아침 출근길에 생각지도 않은 작은 보람들을 느끼게 된 것 같고요. 하루가 내내 평안하고 즐겁기만 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