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12일 화요일... 안녕하세요... 중고차 사이사이 오남희부장입니다... 꾸뻑 ^^*

아침 출근길, 무척 부드럽고 감미로운 목소리를 가진 남자분께서 전화를 주셨습니다.

처음엔 영화배우 이선균씨가 저에게 중고차와 관련한 문의전화를 주셨는 줄만 알았었는데요. 손님의 목소리가 어찌나 점잖고 듣기가 고왔던지, 딱 목소리만 듣고서도 막 사귀고 친해지고 싶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었습니다. 같은 남자인 제가 듣기에도 정말 샘이 날 정도였었으니 대략 상상이 가시죠? ㅎㅎ

반면, 저는 목소리가 참 안이쁜 사람 중의 1인 입니다... -_-;;

사람의 목소리는 타고나는 것도 있을테지만 어렸을 때부터 성대를 잘 관리하고 발성에 대해서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후천적으로도 꽤 아름다운 목소리를 갖게 된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저는 어렸을 때는 거의 말수가 없는 얌전이 였던데다가, 군시절엔 군가를 개념없이 악으로 깡으로만 꽥꽥대서인지 목이 많이 상한 것 같습니다...ㅠ,.ㅠ

사실 저는 중고차 딜러로 일을 하기 전까지는 그다지 말을 많이 할 일이 없었기에 지금까지 목소리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질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중고차딜러로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부터는 맨날 귀에다 전화기를 달고 살고 많은 사람들과 상담을 하게 되면서 어느 순간 저의 목소리가 꽤 못생겼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사람의 목소리는 그 사람의 첫인상에 중요한 영향을 주게 되고, 목소리가 좋은 사람은 얼굴을 보기 전부터 호감이 간다고 하는데, 특히 전화로 먼저 상담을 하게 되는 저는 호감과는 거리가 먼 목소리를 소유하고 있으니 어쩌면 저는 시작부터 감점을 당하고 손님들과 상담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ㅠ,.ㅠ

흠... 갈 날이 얼마 안남은 싯점에서 성대수술을 할 수도 없고... 쩝;;

♪ 얼굴만 이쁘다고 여자냐~ 마음이 고와야지 여자지~ ♬ 흥~

점심무렵, 오전에 통화했었던 감미롭고 고운 목소리의 소유자분께서 매장을 방문 하셨습니다.

손님께서 찾으셨던 차량은 VGT엔진이 장착 된 구형 싼타페로, 오전에는 운전중이라서 가볍게 상담을 했었고 언제쯤 오시겠다는 말씀은 전혀 없으셨던 것 같은데 예상치 않게 연락도 없이 갑자기 매장을 방문하셨던 것입니다.

사실 오전에 전화로 상담을 하면서 손님께서는 딱 꼬집어서 2003년식 정도의 VGT엔진을 말씀 하시길래 당연히 예산도 어느 정도는 알고 계시리라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마주 앉아서 상담을 하다보니 5~6백만원 정도면 살 수 있지 않냐고 하시더군요... 킁...

알고 보니 손님께서는 인터넷만을 보시면서 구형 싼타페에 대한 연구를 하셨고, 예산의 설정 역시도 인지도가 전혀 없는 모 인터넷 중고차 싸이트의 허위매물들을 보시면서 생각을 하셨던 모양입니다.

만일 오전에 전화로 상담을 하면서 손님의 예산을 미리 알았었더라면 저는 분명 어렵다는 말씀을 드렸었을텐데요. 오전에는 운전중이기도 했지만 결정적으로 손님의 감미로운 목소리에 홀려서 그만 예산을 미처 여쭤보지 못했던 것이 저의 실수였던 것 같습니다... 쩝;;

좋은 목소리를 가진 손님과 안좋은 목소리를 가진 제가 조화롭게 많은 대화를 나눈 끝에 결국 안좋은 저의 목소리에 힘이 실려서 손님께서는 예산을 올리시기로 하셨습니다...ㅎㅎ

참고로, 구형 싼타페는 2000년부터 출시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2.7 V6 LPG 엔진이 나왔고, 2000년 말부터는 CRDi 디젤엔진이 나왔으며, 2003년 말부터는 골드등급에만 VGT 엔진을 장착 했다가, 2004년식부터는 전부 VGT엔진으로 바뀌었죠...

손님께서는 주로 장거리 운행을 하면서 업무용으로 사용을 하실 예정이라기에 가급적 주행거리가 적은 놈으로 알아 봐 드리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운전에 능숙하신 편이긴 하지만 다소 험한 운전(주로 급가속과 과속...ㅋ)을 하시는 편이시라기에 가급적이면 ABS가 있고 큰 사고가 없는 놈 중에서 또 담배를 피우신다니 반드시 선루프가 있는 놈으로 알아 봐 드리기로 했습니다. (확실히 담배를 피우시는 분들에게는 선루프가 짱인 듯...ㅎㅎ)

일단 선루프와 ABS가 있어야 한다고 하셨기에 등급은 골드 고급형 이상이어야만 했는데요. VGT엔진이 장착 된 2003년식의 골드 등급도 몇 대 있기는 있었지만 대부분 주행거리가 많거나 눈으로 보는 이미지들이 어설퍼서 결국 2004년식 9만키로를 주행한 골드 고급형이 최종 선택되었습니다.

실제로 내외관의 상태도 앞서 봣던 놈들 보다 훨씬 좋았지만 결정적으로 얼마 전에 타이밍밸트와 기타 대부분의 소모품들을 모두 교환 해 놓은 정비이력도 있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었기에 손님께서도 생각보다 많은 예산을 올리시면서도 무척 마음에 들어 하시더군요...

관리가 잘 된 덕분인지 시운전의 결과는 딱히 말이 필요 없었고요...ㅎㅎ

통상적으로 중고차 매매시장에서 구입하신 중고차는 차량대금 전액과 명의이전에 필요한 비용까지 완납을 하고 보험가입 영수증이 있어야지만 출고가 가능합니다.

오늘 손님께서도 예산이 생각보다 많이 오바가 되면서 많은 돈이 부족하셨었는데요. 일단 차량대금의 일부인 6백만원을 먼저 주고 나머지는 집에 가서 송금을 해 주면 안되겠냐고 하셨었지만 설령 오늘 계약하신 싼타페가 제가 직접 매입 한 차량이라 하더라도 규정상 그렇게는 해 드릴 수는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주말에 다시 와서 출고를 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이러한 상황이라면 잔금은 집에가서 송금을 해 주시고, 보험가입 영수증은 팩스로 보내주시면서 차량은 탁송으로 받으셔도 됩니다. 그래서 굳이 매장에 다시 오실 필요까지는 없을텐데도 대부분의 손님들께서는 다시 시간을 내어 직접 끌고가겠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어쨋든 오늘 약속도 없이 불쑥 오셔서 무리하게 예산을 올리시면서도 끝까지 저를 믿고 구입을 해 주신 점에 대해서 무척 감사히 여기고요. 손님의 고운 목소리를 주말에 다시 또 들을 수가 있다는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