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손님께서 원하시는 그랜져TG는 주행거리 짧은 무사고의 2008년식 럭셔리등급으로, 사실 손님의 예산으로는 주행거리 짧고 무사고의 그랜져TG는 2006년식도 결코 쉽지가 않으신 상황이셨습니다.
만일 주행거리가 쫌 많거나, 다소 큰 사고가 있는 놈, 또는 등급이 낮은 디럭스등급이라면 어찌 어찌 2007년식까지는 겨우 맞춰 볼 수도 있었겠지만, 무사고에 주행거리가 짧은 2008년식의 럭셔리등급은 도저히 답이 없는 상황이었죠...
손님께서 매장에 오시기 전에 전화로 미리 기본적인 상담을 했었더라면 예산이 많이 부족하시다는 것을 미리 말씀 드렸을테고, 반드시 원하시는 조건에 맞는 그랜져TG를 구입하겠다는 목적이시라면 아마 헛걸음을 하실지도 모르니 가벼운 마음으로 오시라는 말씀을 미리 드렸었을텐데요. 지인께 손님의 연락처를 받아서 미리 전화를 못드렸던 것이 저의 불찰이었나 봅니다...;;
어차피 제가 팔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 생각을 하면서도 지인의 소개로 오신 분이신데다가, 이미 매장에 오신 상황이셨기에 일단 매장에 있는 그랜져TG들을 보여드리기로 했습니다.
예산에는 오바가 되지만 일단 원하시는 조건에 맞는 주행거리 6만키로대의 2008년식과 주행거리 8만키로대의 2007년식 그리고 예산에 딱 맞는 주행거리 11만키로대의 2006년식을 각각 보여드렸습니다. (디럭스등급은 안된다시기에 모두 럭셔리등급으로만...)
차량을 모두 보신 손님께서는 나중에 조심스럽게 말씀하시길, 사실 다른 매장에 있는 주행거리 4만키로대의 2008년식 그랜져TG를 보러 갈려다가 혹시나 저를 통해서 더 싸게 구입할수도 있을것 같아서 저에게 먼저 와 보셨다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손님께서는 광고를 올린 딜러와 직접 통화도 했었고, 프로필에는 자녀들과 함께 찍은 가족사진까지 있었으며, 만일 허위매물일 경우엔 왕복 교통비까지 주겠다는 말까지도 했었다면서 확실한 믿음을 갖고 계시는 바람에 저는 더이상 손님을 설득시킬 방법이 없었습니다.
결국 손님께서는 생각하셨던 것들과는 차이가 많이 나서인지, 아쉬운 발걸음으로 되돌아 가셔야만 하셨는데요. 되돌아 가시는 손님의 뒷모습에서 풍기는 뉘앙스는, 온통 저에 대한 섭섭함으로 가득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요일이었던 어제 아침, 예상치 않게 그 손님으로부터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토요일 오후 늦게, 손님께서는 저희 매장을 나와서 광고를 올렸던 딜러에게도 가봤다고 하셨는데요. 막상 가서 보니, 앞쪽에 약간의 사고가 있는 차량이었다는 것과 차량의 내외관 상태가 제가 보여드린 주행거리 8만키로대의 2007년식보다 더 못한것 같아서 그냥 되돌아 왔다고 하시더군요...
시간을 넉넉하게 줄테니, 주행거리 짧은 무사고의 2008년식 그랜져TG가 나오면 꼭 좀 연락을 달라고 하셨는데요. 예산을 올리시지 않는다면 자신없다는 말씀을 드리고는 싶었지만 소개를 시켜주신 지인의 입장도 있고해서, 일단은 알았다는 말씀을 드리며 그렇게 전화를 끊었습니다.
아마 손님께서는 짧은 주행거리와 연식 그리고 저렴한 가격에만 혹해서, 정작 중요한 사고유무와 실 주행거리에 대한 내용은 물어보지 않으시고, 딸랑 허위매물인지 아닌지만을 물어보셨던 모양입니다.
사실 상태가 안좋은 중고차들도 사진으로 보면 대부분 깨끗한 편인데요. 광고를 올린 딜러는 당연히 허위매물이 아니었으므로 굳이 교통비를 줄 이유도 없었을 테겠죠? ㅎㅎ
(어제 잠결에 들은 내용인데다가, 제가 직접 본것이 아니라서 단정을 지어 말씀을 드릴 순 없겠지만) 오늘 글을 쓰면서 문득 여러가지 개인적인 생각들을 해 봤습니다.
손님의 말씀처럼 가벼운 사고라면 그래도 연식과 주행거리가 있기 때문에 가격은 저렴한 편인데, 그렇다면 실제로는 생각보다 큰 사고차량이었을 수도 있다는 것과....
만일 정말로 가벼운 사고차량이라면 (짧은 주행거리임에도 관리상태가 엉망이었다는 것으로 봐서는) 딜러의 입장에서도, 자신이 매입한 차량의 주행거리에 대한 신뢰도가 부족했기 때문에 시세보다 저렴하게 내 놓았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경험이 있는 딜러들은 차량의 관리상태나 엔진룸 또는 타이어의 상태등을 보면서 해당 차량의 대략적인 주행거리를 가늠할 수는 있는 능력 정도는 있거든요... (물론 100%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연식에 비해 주행거리가 짧은 경우에는 대략 가능합니다.)
4만키로대의 2008년식이라면 아직은 새차의 모습이 어느정도는 남아있어야 하는데, 중고차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일반인이 봤을때도 8만키로대의 2007년식보다 더 못난이처럼 보였다면, 설령 실주행거리가 맞다 하더라도 시세보다 저렴하게 내 놓을 수 밖에 없었을테고요...
문득, 예전에 어떤 똑똑한 딜러가 올린 광고 문구 때문에 겪었던 에피소드가 하나 떠오릅니다.
광고에는 "가벼운 접촉사고로 인해 휀다의 내측을 교환했음"이라고 되어 있길래 그저 가벼운 단순교환 정도로만 생각하고 진행을 하려다가, 나중에 알고보니 휠하우스가 교환된 큰 사고차량이라서 결국엔 포기를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저도 경험이 많지 않았던 시절이었던지라 그 딜러에게 따지듯이 물어 봤더니, 휀다의 내측이면 당연히 휠하우스인데 딜러라면서 그것도 모르냐며 퉁명스럽게 대답을 하더군요... ㅡㅋ
중고차라는 것은...
꼭 허위매물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참고하시고, 만일 시세보다 저렴한 매물이 있다면 혹시라도 저렴해야 할 그 무엇인가가 있을지도 모르므로, 좀더 구체적으로 알아보시는 현명함도 함께 챙기시길 바라며 오늘의 일기는 여기서 마무리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