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해드라이트도 조금 긁혀 있고, 앞 휀더도 찌그러져 있으며, 앞 범퍼도 도색을 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심하게 긁히고 찌그러져 있는 모습입니다.)
사실 저희 집사람 차에는 제가 직접 블랙박스를 달아 놓았었습니다.
하지만 저희 집사람은 평소 새벽에만 잠깐 수영장(왕복 5km)을 다녀오는 것 말고는 거의 운행을 안하기 때문에 역시 방전의 위험을 고려해서 일부러 상시녹화가 아닌, 시동을 걸었을 때에만 녹화가 되게끔 장착을 해 놓았더니 안타깝게도 블랙박스에는 찍히질 않았더군요...;;
(참고로, 저 정도의 상황이라면 충격이 가해진 게 아니라 긁고 지나간 것이라서 어차피 상시녹화를 해 놓았다 하더라도 녹화가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일단 저희 차에 뭍어있는 페인트의 색깔을 보니 흰색이나 진주색의 차종인 듯 하고, 긁힌 위치로 보아서는 승용차의 범퍼가 아닌 적어도 1톤 화물차량 또는 무조건 승용차보다는 큰 차로 긁은 것이라는 결론이 나오더군요...
특히 앞범퍼 쪽에 뭍어 있는 검정색은 분명 1톤 화물차의 적재함 쪽에 있는 동그란 고무의 자국인 듯 한데요. 아마도 후진을 하다가 적재함 쪽으로 긁은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정황으로 나름대로 추리를 해 본 결과, 사실 심증이 가는 곳은 있기는 있었습니다.
집사람의 차를 주차시켜 놓았던 저희 집 바로 앞에는 모 급식업체가 있고, 급식업체에는 여러 대의 1톤 화물 탑차(주로 진주색)들이 어두운 밤에도 수시로 들락날락 거리기 때문에 솔찍히 심증은 가지만 증거가 없으니 무작정 찾아가서 뭐라 할 수도 없고...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집사람의 차가 주차되어 있는 자리 바로 위에 얼마 전에 새로이 설치 된 방범용 CCTV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바로 CCTV에 적혀 있는 전화번호로 전화를 했더니 관할 경찰서로 가서 신고를 하라고 하길래, 오늘 뺑소니 신고를 위해 관할 경찰서를 들렸던 것인데요. 한가닥 희망을 갖고 갔던 경찰서에서 솔찍히 저는 적잖은 실망을 하고 왔습니다.
일단 경찰서 민원실에 들어 갔더니 처음 접수를 받아 주셨던 분께서는 정말 친절하셨었습니다.
마침 뺑소니사고 담당자께서 다른 민원인의 접수를 받고 있어서 자신이 대신 신고를 접수받아 주겠다고 했는데요. 제 차량의 사고부위를 사진으로 찍고 와서는, 뺑소니 신고용지를 주시면서 혹시 의심되는 차량이 있다면 함께 기록을 하라고 하시길래 모 급식업체의 1톤 화물차량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기록을 했었습니다.
신고용지의 작성이 모두 끝나자, 대신 접수를 받아 주셨던 분께서는 CCTV의 확인을 위해서는 약 5일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일단 돌아가 있으면 몇 일 후에 연락이 올 것이라고 하시길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경찰서를 나왔습니다.
그런데 차에 타려는 순간, 마침 뺑소니사고 담당 경찰분께서 나오셨습니다.
담장자분께서는 대신 접수를 받아 주셨던 분으로부터 이미 내용을 들으신 듯, 저에게 오셔서 하시는 첫마디가 뜬금없이 "가해차량이 1톤 탑차일 것이라 하셨었는데 사고부위로 봐서는 절대로 1톤 탑차는 아닙니다." 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저는 "의심되는 차량이 있으면 적으라고 하시길래 그건 전문가가 아닌, 단순한 저의 느낌일 뿐입니다." 라고 말씀을 드렸더니 다시 또 하시는 말씀이...
"요즘 사람들이 하도 CSI같은 TV나 드라마를 많이 봐서 CCTV가 설치되어 있으면 모든 뺑소니범을 다 잡을 수 있을거라 생각을 하시는데 사실은 CCTV의 성능이 좋지 못해서 실제로는 번호판의 식별도 안되고, 어떤 때에는 차량 자체도 식별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시더군요...
그러면서 또 하시는 말씀이...
"제 차량의 확인해야 할 CCTV의 동영상은 26시간 정도가 되는데 모두 확인을 하려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이런 건으로 인해서 처리해야 할 사건들이 수 십건(수 백건이라고 하셨던가? 잘 기억이...)이나 되는데, (자신은) 이 일을 7년 동안 일을 하면서도 지금까지 CCTV 영상만으로 번호판을 식별해서 뺑소니범을 잡은 적은 거의 없었다." 라고 하시더군요...
사실 저는 처음에는 저에게 그런 말씀을 하시는 의도를 몰랐었지만 문득, 마치 큰 사고도 아닌데 이런 사소한 건으로 신고를 하러 와서 귀찮게 하느냐는 식으로 말씀을 하시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지극히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그래서 "그럼 사고접수를 하지 말까요?" 했더니, "아니 그런 것은 아니고요. 번호판 식별이 되지 않으면 뺑소니 차량을 잡을 수가 없다는 것을 미리 말씀 드리는 것입니다." 라고 하시면서 처리하는데 약 2주가 걸린다고 하시더군요...
(처음 접수를 받아 주셨던 분께서는 대략 5일 정도가 걸린다고 하셨었는데... 쩝;;)
(역시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피해의 정도가 아주 크지가 않고, 차도 보잘 것 없는 오래된 중고차이며, 신고자인 저 역시도 다소 보잘 것 없어 보여서 혹시 귀찮은 마음에 그리 말씀하셨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렇지 않고서야 신고를 마치고 집에 가려는 저를 붙잡고 그리 말씀을 하실 이유는 없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일단 저도 큰 기대는 안하고, 2주든 3주든 그냥 기다려 볼 예정입니다.
설령 번호판까지는 식별이 안된다 하더라도 가해차량이 어떤 차량인지는 확인이 될 것이고, 그 장면에서 만일 운전자가 모르고 긁은 것이라면 저도 그냥 넘어갈 수는 있지만 저희 차에 전화번호까지 있는데 내려서 확인까지 하고도 그냥 가버렸다면 정말로 완벽한 뺑소니고 나쁜 사람이 확실하므로, 만일 차량만이라도 확인이 된다면 제가라도 직접 잡아봐야 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