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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 경쟁의 부재 작성자_ sookie
2010-10-25 10:05
0 1,744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대학교 때부터 꾸준히 영어 공부를 했었습니다. 당시에는 “유학”이라는 단어가 너무 막연했기 때문에 유학을 꼭 가겠다, 반드시 이 학교로 가겠다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왠지 이 끈을 놓을 수 없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모든 일에 싫증을 잘 내는 성격인데 이상하게 글읽기나 영어는 지루해하지 않고 계속 지속할 수 있어 저 자신도 놀라기도 했지만 말입니다.

 

유학은 자신을 증명하는 길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배운 영어를 여기저기 많이 써먹을 곳이 있긴 했는데 그때마다 느낀 갈증이 “영어를 좀 더 잘해보고 싶다”와 “왜 내가 분명히 모두 영어 단어로 말하는데” 외국인이(이제부터 “외국인”이라는 단어는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들”에 한정시키겠습니다.) 못알아 듣는 지였습니다. 고민이 깊어갈수록 해답이 찾아지긴 했습니다. 두 번째 현상의 원인은

 

1) 영어와 한국어가 문장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한국식 표현에 영어를 실으면 뜻이 통하지 않는다였고,

2) 영어와 한국어는 발성 기관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어가 발성되는 곳에서 비슷한 소리의 영어를 발음하면 그들은 알아듣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그래서 억양이나 발음 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해도 첫 번째 갈증은 해소가 되지 않는 겁니다. 미국에 가서 살면서 authentic English를 접하고 쓰지 않는 한 한국에서 접하는 영어*는 영어로 쓰인 책과 작가들이 세련되기 멋있게 보이려고 특이한 수사법(idiosyncrasy)을 사용한 뉴스와 드라마 대본 뿐이었습니다. 아니면 토플, 보카와 같은 수험서 나부랭이.

 

그래서인지 유학에 대한 욕망이 더 커졌겠죠.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영어를 꾸준히 했기 때문에 쌓인 내공으로 토플이나 6개월 이상 준비하면 미친다는 일명 “지랄이(GRE)” 시험을 보면 되는 것인데 문제는 유학 자금이었습니다. 주위에 알던 대부분의 사람은 공대생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영어를 나만큼 하지 못해도 전공 관련 일 때문에 쉽게(?) TAship나 RAship 장학금을 받고 가는데 문과생은 그럴 기회가 거의 없다는 겁니다. 물론 미국 대학원에 다니면서 교수와 친분이 쌓이면 교수 일을 도와주면서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긴 하지만요.

 

게다가 저는 학문적으로 심오한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박사 공부까지 할 생각은 아예 없었고 심각하게 어떤 이론이나 견해를 창조해 낼 수 있는 바탕도 없었기 때문에 저의 입장에서 “가장 실용적인” 분야를 찾아보니 Foreign Language Education (TESOL)이었습니다.

 

물론 유학을 간다고 했을 때 부모님은 반대이시죠. 다 큰 딸이 부모가 생각하는 삶의 길을 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직 한국 사회에서는 모험이며 진보적이며 가끔은 지탄받기도 합니다. 특히, 의견이 더 강하신 어머니의 반대를 잠재울 수 있었던 건 2001년 이미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던 아들을 - 아들은 되고 딸은 안되고..ㅠ.ㅠ - 3년 만에 만나러 가는 길에 따라가서 충분히 엄마의 귀와 입이 되어 드렸고 그보다 3년 미국에서 살았던 오빠(공대생)보다 영어를 더 잘하는 동생을 보고 “이 정도면 투자해도 되겠다”고 어머니에게 던진 말들 덕분이긴 하죠. 어머니도 해외 여행이 처음이시라 상당히 겁을 많이 내셨는데 이리저리 잘 해쳐나가는 딸을 보더니 마음이 바뀌신 것 같더라구요. 유학 자금은 제가 벌어서 모은 돈과 부모님께 도움을 받아 해결하긴 했습니다.

 

유학, 경쟁의 부재

 

저는 제가 다닌 대학을 무척이나 싫어했습니다. 졸업을 하고도 이력서에 계속 써야 하는 학교 이름이 너무 싫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학교에 대한 반감이 아니라 이 나라의 전반적인 대학교의 생활이 싫었던 것 같습니다. 다른 대학을 갔어도 같은 정도의 반감이 형성했을 건 불보듯 뻔하니까요.

 

며칠 전에 읽은 목수정의 “뼛속까지 자유로운,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이라는 수필인지 프랑스 특파원의 글 모음인지 자서전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포스트 모던한 책을 삐딱한 시선으로 읽고 있었는데 거기서 작가가 한 말이 프랑스 대학과 학교 시스템은 “경쟁의 부재”며 인간의 자유로운 사고와 영혼을 펼칠 수 있다고 하던 말이 생각납니다.

 

그런 경험은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대학이나 대학원에 외국인 쿼터(quarter)가 있긴 하지만 단순히 점수가 보여주는 숫자로만 학생을 탈락시키지 않습니다. 점수가 모자라도 대학의 입학 담당 교수를 찾아가서 자신을 피력하여 (물론 영어로) 입학 허가를 받아내는 사람도 봤고 저의 경우도 1월 대학원 입학이 안되는 학기였는데 교수를 찾아가서 여차저차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를 알아가던 중 저의 토플 점수와 GRE 성적을 물어보더니 그 자리에서 "그래, 그럼 너 다음 학기에 대학원 와라!"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입학 허가를 마음 졸이며 기다리지 않게 되어 좋았죠)

 

하나의 답만 인정되는 획일적인 객관식 평가방식에서 인본주의적 정신을 기반으로 다양하게 학생을 평가해주고, 학생이 어떤 아이디를 갖고 와도 다 좋다고(?) 칭찬해 주며 학생의 발전을 격려해주고 미래의 동료로 봐주는 미국 대학 교육 시스템은 유학 생활에서만 진정하게 얻을 수 있는 가치입니다.

 

물론 한국에서의 유학은 출세, 보다 좋은 직업, 돈을 더 잘 벌기 위한 일종의 방법으로 선택이 되긴 하지만 이왕 큰 돈을 들여서 다른 나라의 교육 문화를 선택하고 긴 인생의 한 부분은 타국에서 보내기로 한 이상, 단순 학위 취득의 수단보다는 왜 그 나라에 전세계 사람들이 와서 공부하려고 하는지 그에 비해 왜 한국으로 공부하러 오는 사람은 그만큼 없는지 고민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 미국에서 살다보면 한국에서 접하는 영어가 얼마나 제한적인지 알게 됩니다. 그래서 authentic English의 중요성이 더 부각되는 것이지요.

 

* 토플은 시험 패턴 2달 연습, GRE는 학원 2달 다니고 3달 만에 끝냈습니다. :)

 

Best Regards,

Soo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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